서론
장간막정맥혈전증은 장에서 배출되는 정맥에 혈전이 형성되어 혈류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50-60대에서 가장 흔하고 남성에서 약간 발생률이 높으며 급성 복통으로 인한 응급 개복술 100건 중 1건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1]. 문맥혈전이나 비장정맥혈전 등의 다른 내장정맥혈전증(splanchnic vein thrombosis)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장간막정맥에서 단독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복부 영상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발생률은 점차 높게 보고되지만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복통만을 동반하는 경우 발견되지 못하고 간과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1]. 장간막정맥혈전증은 제때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장의 괴사를 유발하고 저혈량쇼크와 이차감염 등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본고는 장간막정맥혈전증의 병인, 증상과 진단, 치료에 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장간막정맥혈전증의 병인
Virchow의 세 가지 요소의 관점에서 장간막정맥혈전증의 병인을 정리할 수 있다(Table 1). 장으로부터 배액된 정맥혈이 울혈되지 않고 전신순환계로 배출될 수 있는 측부순환정맥(collateral veins)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하장간막정맥은 상장간막정맥보다 혈전증 발생 위험이 낮은 점을 통하여 혈액의 정체(stasis of blood flow)가 장간막정맥혈전증 발생에 기여함을 알 수 있다[2]. 복부 장기의 손상과 염증은 인접한 장간막정맥의 혈관벽 손상(vascular wall damage)을 유발하여 혈전증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 복강내 감염증, 급만성췌장염, 염증성장질환, 복부 수술 등 다양한 복부의 문제들이 장간막정맥혈전증을 합병할 수 있다[2]. 급성 장간막정맥혈전증 환자의 4-16%는 복부의 암을 진단받는다는 보고도 있다[3]. 혈액의 과응고경향(hypercoagulability)도 장간막정맥혈전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다른 국소적인 유발 요인이 없는 환자에서 장간막정맥혈전증이 발생한 경우 선천혈전성향증(inherited thrombophilia)이나 경구피임약 등의 혈전유발 약제 복용, 골수증식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s) 등 후천적인 과응고경향 가진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감염과 동반된 장간막정맥혈전증도 보고되었다[4]. 위험요인이 동반되지 않는 특발성 장간막정맥혈전증은 약 20%에 그친다[5].
장간막정맥혈전증의 임상상
장간막정맥혈전증은 급성, 아급성, 그리고 만성으로 흔히 분류한다.
급성과 아급성 장간막정맥혈전증은 보다 짧은 시간에 발생하여 실제적인 혈류 장애에 의한 급성 복통을 특징으로 한다. 4주 이내에 증상이 발생한 경우 급성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급성과 아급성은 폐색된 혈관의 부분적 개통과 측부순환정맥을 통한 정맥혈의 우회 여부로 인한 증상의 정도 차이와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단조치를 취할 때까지의 시간 차로 인해 그 임상 양상이 구분되는 것으로 생각된다[3,6]. 급성 장간막정맥혈전증의 경우 복부신체검사 결과에 비하여 심한 급경련의(colicky) 배꼽주위 통증이 적어도 수시간 이상 지속된다. 다만 급성 장간막동맥혈전증에 비해서는 통증의 강도와 급성 양상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둔한 양상의 통증이 지속되는 편이다. 한 연구에서는 75% 이상의 급성 장간막정맥혈전증 환자가 의료기관의 처치를 필요로 하기까지 적어도 2일 이상의 복통을 경험했다고 보고하였다. 7 30-50%에서 오심과 구토를 동반하며 복부 X선 검사에서 창자고리의 팽창과 장벽 비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1-3]. 급성 장간막정맥혈전증이 심한 경우 정맥의 울혈에 의한 압력으로 장벽의 부종이 심하게 발생하고 장벽 구조가 파괴되어 점막하출혈로 인한 위장관 출혈이 유발되고 심한 경우 저혈량 쇼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장괴사의 위험이 있다. 견딜 수 있는 정도의 통증이 수일에서 수주 지속되다가 장간막정맥혈전증이 진단되는 아급성의 경우 다시 급성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일부는 만성 장간막정맥혈전증이 될 수 있다.
만성 장간막정맥혈전증은 다양한 보상기전과 함께 장기간에 걸쳐 완만한 속도로 혈전이 발생한 경우로 완전 무증상 혹은 경미한 만성 복통을 동반한 중 촬영한 복부 영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문맥고혈압이 기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문맥혈전이나 비장정맥혈전을 흔히 동반한다.
장간막정맥혈전증의 진단
장간막정맥혈전증은 영상검사로 진단한다. 자기공명 정맥조영술(magnetic resonance venography)이 장간막정맥의 혈전 자체를 확인하는 데에는 이상적인 검사이지만 긴 촬영시간과 움직임 허상(motion artifact)의 문제가 있다[8].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정맥조영술(computed tomography venography)은 혈전 외에도 장벽의 부종과 비후 여부 및 복부 전반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최소 90% 이상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여 보편적인 진단 검사로 인정받는다[1-3]. 정맥조영술은 장간막정맥혈전증이 강하게 의심되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정맥조영술에서 혈전이 보이지 않는 경우 실시할 수 있다.
장간막정맥혈전증의 치료
완전하고 광범위한 장간막정맥 폐색으로 인해 긴급한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대부분의 급성과 아급성의 장간막정맥혈전증은 보존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적절한 수액 사용과 함께 장휴식(bowel rest), 그리고 장폐색 징후가 있을 경우 장감압(bowel decompression)이 이루어져야 하고 항응고제의 즉각적인 사용이 필요하다[1-3]. 간경변과 문맥혈전증이 동반되지 않은 급성 장간막정맥혈전증의 경우는 치료에 대한 문건 근거는 부족하지만 다른 내장정맥혈전증들과 마찬가지로 항응고제 사용이 혈관의 재개통을 이루어 장허혈의 합병증을 막는 가장 중요한 치료로 여기어진다. Condat 등[10]은 간경변 등이 없으며 만성이 아닌 장간막정맥혈전증으로 항응고치료를 받은 27명의 환자 중 25명에서 정맥의 재개통이 이루어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만성 장간막정맥혈전증에서는 역시 근거가 충분치 않고 전문가 의견 수준에서 증상과 발생위치에 따른 개별화된 접근을 권고하나 대개는 항응고제 사용이 추천된다. 장간막정맥혈전증에서 항응고 치료의 기간은 3-6개월을 기본으로 하되, 전신 과응고성향이 분명히 있거나 국소적인 요인이 장기간 교정되지 않는 경우, 재발한 경우 등에는 장기간의 항응고치료가 필요하다[1-3].
장 괴사 혹은 천공, 복막염의 증상 징후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지체없이 외과적 접근이 필요하다. 때로 수술장에서 장 괴사의 범위를 확실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경우 이차추시개복술(second look surgery)을 시행할 수도 있다[5,11,12]. 혈전용해술과 기계적 혈전제거술은 일반적으로 먼저 고려되지는 않으며 상장간막정맥에 혈전이 국한되어 있으면서 크기가 크거나 항응고치료가 불가한 경우, 항응고치료만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서 제한적으로 시도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11,12].